Soulbrain 소식

[위기에 강한 기업] 모두 휘청댈 때 매출 200% 증가 '괴물같은 회사'

201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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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2.11.20

[반도체素材 만드는 '솔브레인']
일류 반도체 뒤엔 초일류 中企 - 반도체 불순물 제거 이온수
2차전지 전해액 등 素材 개발, 매출 20년간 매년 45%씩 늘어
휘청댈 때 점프하라 - 외환위기땐 오히려 공장 넓히고 금융위기땐 휴대폰 유리 新기술
일본이 독식한 시장 - 반도체 등 완성품 日 제쳤지만
핵심재료는 대부분 일본서 수입… 국가 차원서 素材 산업 키워야

지난 14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솔브레인 중앙연구소. 사명(社名)인 솔브레인은 감성(soul)과 지성(brain)의 합성어로, 창조적인 기술회사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9층 건물의 지하 1층 연구실을 찾았다. 너무 조용했다. 떨어지는 바늘 소리마저 귀를 때릴 것처럼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멀리 연구실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연구원 10여명이 화학물 용기 선반 주변에 둘러앉은 채 시(試)제품 분석에 매달리고 있었다. 분석기를 통해 화학물을 섞은 시제품의 화학기호와 특성을 분석하고 재(再)조합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암묵지(暗默知·경험을 통해 쌓인 지식)를 만드는 곳이에요." 창업자 정지완(56) 회장의 말이다. 

 정지완(오른쪽) 솔브레인 회장과 조진욱 사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본사 연구실을 둘러보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의 소재 산업은 발전할 여지가 많은 미개척지”라고 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이 건물과 신갈 등지에 포진해 있는 연구진은 150여명에 달했다. 전공분야도 달랐다.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2차전지 등의 제조과정에 꼭 필요한 800여종의 각종 화학 소재(素材)를 개발 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얇게 화학 처리해주는 액체(etchant), 2차전지를 구성하는 주요 화학 혼합물인 전해액 등이 대표 제품이지만, 일반인들이 전혀 모르는 제품군이 더 많다. 1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분 일본·독일에서 수입하던 제품이다.

올해 5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에 이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창업 후 20여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45%에 이른다. 솔브레인의 성공에 대해 업계에선 "경이롭다"고 말한다. 대기업 계열도 아닌 중소기업이 강자(强者)로 떠오르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위기에 신성장 분야에 투자한 게 주효"

정지완 회장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1986년 무역회사를 차렸다. 만 30세 때였다. 한국에서 삼성·LG 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다. 일본 기업의 반도체 가공용 화학소재를 수입하는 회사였지만 오기가 발동했다.

"처음에 반도체 가공용 화학물을 수입했는데, 일본 기업은 원가 대비 수십 배 이윤을 남기는 거예요. 우리가 못할 게 뭐 있느냐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일본 기업에 자극받은 그는 1992년 충남 공주에 반도체 제조용 화학소재 공장을 세웠다.


그는 고비 때마다 '경비절감' 대신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주변 사업체들이 차례로 경매에 넘어가자, 그동안 모은 돈으로 다 사들였다.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부지(6600㎡·2000평)의 4배를 당시 매입했다. 지금은 20만㎡(6만평)로 늘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신성장 분야에 승부수를 띄웠다. 스마트폰 화면의 딱딱한 유리를 얇게 가공하는 분야였다. 삼성코닝정밀소재·아사히글라스 등 유리기판 업체들이 만든 0.5㎜ 두께의 유리를 공급받아 화학처리를 거쳐 0.2~0.3㎜ 수준으로 줄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솔브레인이 만든 화학소재를 이용한다. "만일 솔브레인이 없었더라면 일본 기업이 독식했을 겁니다."(정지완 회장)

솔브레인은 전 세계 딱 하나뿐인 제품을 생산해 낼 정도로 히든 챔피언(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하기 시작한 반도체 불순물 제거용 이온수가 대표 제품이다. 회사 시가총액은 7787억원(19일 종가기준)으로 커졌다. 정 회장 지분 가치도 2660억원에 달한다.

"매출 1조원대 소재 기업이 꿈"

"한국에서도 소재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 꿈이죠. 2015년쯤 소재전문기업으로 1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정지완 회장)

솔브레인의 선전에도 전반적인 한국 소재산업 경쟁력은 일본이나 독일에 못 미친다.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에서 일본을 제쳤다고는 하지만, 정작 이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분야에선 여전히 일본 기업이 강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89억달러(20조6000억원)에 이르는 대(對)일본 무역적자 가운데 소재분야가 절반(89억달러)가량에 달한다.

솔브레인의 성공은 이래서 의미가 더 크다. "소재분야를 키우려면 30년을 내다봐야 해요. 현재의 단기 성과 위주의 대기업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소재산업을 대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조진욱 사장 얘기다.